알코올과 뇌 – 과학적 사실과 숙취에 좋은 음식까지

2025. 2. 7. 16:31뇌 과학

술을 마셨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긴장이 풀리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알코올은 단순한 기분 변화뿐만 아니라 신경전달물질과 뇌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음주 후 기억이 끊기거나(블랙아웃) 판단력이 흐려지는 현상은 뇌의 특정 영역이 억제되면서 발생하는데, 이를 신경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음주가 장기적으로 뇌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자.


술 한 잔, 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술을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이는 알코올이 혈류를 통해 빠르게 뇌로 전달되면서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먹다보면 배부른 느낌도 들지 않는다.(나만 그런거 아니지?) 

(1) 도파민 증가로 인한 쾌감

알코올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도파민은 쾌락과 동기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술을 마실 때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느낌을 받는다.

(2) GABA 증가로 인한 진정 효과

알코올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의 활동을 증가시킨다. GABA가 증가하면 신경 활동이 둔화되어 긴장이 풀리고 근육이 이완되면서 '술에 취한 느낌'이 강해진다. 이 때문에 적당량의 술은 불안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과음하면 말이 어눌해지고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내가 어느정도 취하면 안주를 많이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 잘 안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새 3차로 국밥을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3) 글루탐산 억제로 인한 판단력 저하

알코올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의 작용을 억제한다. 글루탐산은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작용이 억제되면 사고력이 둔화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즉, 술을 마신 후 충동적인 행동을 하거나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바로 글루탐산 억제 때문이다.(취중진담은 용기가 생겨서 그런게 아니란 말이다!) 

음주 후 기억이 끊기는 이유 – 블랙아웃의 과학적 원리

술을 마시고 난 후 전날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하는 이 현상은 과학적으로 '블랙아웃(Blackout)'이라 불린다.

(1) 해마의 기능 저하

블랙아웃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hippocampus)가 일시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데, 알코올이 과도하게 섭취되면 해마의 활동이 억제되면서 기억이 정상적으로 저장되지 못한다.

(2)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의 연결 차단

알코올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방해한다. 즉, 술을 마시는 동안 경험한 일들은 일시적으로 저장될 수 있지만, 장기 기억으로 변환되지 않아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집을 어떻게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것을 흔히 귀소본능(?)으로 오해한다. 

(3) 혈중 알코올 농도와 블랙아웃의 관계

연구에 따르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5% 이상이 되면 블랙아웃이 발생할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는 맥주 약 5~6잔(소주 1병 이상)을 빠른 시간 내에 마셨을 때 해당하는 수치다. 따라서 술을 천천히 마시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블랙아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대학교 때 소주에 물만 마시는 선배가 있었는데, 블랙아웃 예방하겠다고 이 선배처럼 물만 마시면 안된다. 알코올은 위장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적절한 안주를 먼저 섭취해야 위 역시 보호할 수 있다. 

 

과도한 음주는 장기적으로 우리 뇌를 망가뜨린다

알코올은 뇌를 망가뜨릴까? 장기적인 영향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인 것만이 아니다. 장기간 지속적인 음주는 뇌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1) 뇌세포 손상 및 위축

과음은 뇌세포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전두엽과 해마의 위축이 심하게 나타나며, 이는 기억력 저하와 판단력 감소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 음주자의 뇌는 일반인보다 평균 1.6% 더 작은 용적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2) 신경전달 체계의 변화

오랜 기간 과음을 하면 GABA와 글루탐산의 균형이 깨지면서 불안, 우울증, 수면 장애 등의 정신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만성 음주자의 약 **30~40%**가 심각한 불안 증상을 경험하며, 금주 후에도 최소 3~6개월 동안 신경전달 체계의 불균형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수면 장애를 겪는 만성 음주자의 비율은 60% 이상으로, 이는 일반인의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3) 치매 위험 증가

만성 음주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알코올성 치매(alcohol-related dementia)는 과음으로 인해 뇌 조직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치매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건강한 음주 습관을 유지하는 방법

뇌 건강을 지키면서 술을 즐기려면 몇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1) 적정 음주량 지키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하루에 남성은 2잔, 여성은 1잔 이하로 마실 것을 권장한다. 이 기준을 넘어서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진다.

(2) 술을 천천히 마시기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블랙아웃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는 물과 함께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아까 말했듯이 그렇다고 물하고만 마시면 안된다.

(3) 충분한 수면과 영양 공급

알코올은 신체의 수분과 비타민을 빠르게 소모하기 때문에, 술을 마신 후에는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가 필요하다. 특히 비타민 B군은 뇌 기능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장에 좋은 식재료

술을 마신 후 숙취를 빠르게 해소하려면 뇌와 몸의 회복을 돕는 식재료를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탈수와 영양소 부족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장 음식은 수분 보충과 간 해독을 돕는 성분이 풍부해야 한다. 술을 마신 후 해장 음식을 많이 찾는데 그렇다면 어떤 식재료들이 해장에 좋을까? 해장 음식은 잘 알려져 있으니 식재료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바나나 – 칼륨 보충으로 탈수 완화

술을 마시면 몸에서 수분과 함께 칼륨이 빠져나가면서 피로감과 근육 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 바나나는 칼륨이 풍부해 전해질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며, 자연적인 당분이 포함되어 있어 혈당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진짜 영향 –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들
Banna~ Banna~

(2) 달걀 – 알코올 분해를 돕는 시스테인 함유

달걀에는 아미노산인 시스테인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시스테인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해독하는 데 도움을 주어 숙취로 인한 두통과 메스꺼움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Sunny Side up please

(3) 꿀물 – 혈당 안정과 간 해독 촉진

알코올을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낮아져 피로감과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다. 꿀물은 자연적인 당분(과당)을 함유하고 있어 빠르게 혈당을 올려주고, 동시에 간에서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음주 후 괜히 꿀물을 찾으신게 아니었다...

Oh Ho~ney~~~

(4) 미역국 – 간 보호와 수분 보충

미역에는 알긴산이 풍부해 체내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숙취 해소에 중요한 미네랄과 수분을 공급해주어 탈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맛있는 미역국

(5) 토마토 – 항산화 작용과 간 기능 개선

토마토에는 리코펜과 비타민 C가 풍부해 알코올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간 기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토마토 주스는 체내 알코올 분해 속도를 높여 숙취 해소를 돕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맛과 영양이 완벽한 토마토


 

알코올은 적절하게 섭취하면 기분을 좋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과음은 뇌 기능을 억제하고 기억력 저하, 판단력 저하, 뇌 위축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블랙아웃과 같은 현상은 해마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치매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한 음주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자신의 음주 패턴을 점검하면서 뇌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